기인 소설가 이외수, 나도 좌빨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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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꾸러기 작성일18-04-26본문
기인 소설가 이외수, 나도 좌빨이요?
2009 01/06 위클리경향 807호
“과거로 회귀하는 정권, 독재공포 다시 일어요”
소설가 이외수(63)의 ‘말발’과 ‘글발’이 요즘 시사평론가 이상이다. 인기도 상종가다. 지난해 10월 <한국대학신문>이 전국 대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좋아하는 문인’ 1위에 선정된 작가는 다름 아닌 이외수다. 그가 최근 낸 산문집 <하악하악>(해냄출판사)은 지금까지 50만 부가 팔려나갔다.
‘별 볼일 없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출 빈도는 부쩍 높아졌다. TV 연예오락프로그램과 시트콤에 출연하고 CF까지 찍더니, 지금은 라디오(MBC <이외수의 언중유쾌>)도 진행한다. 또 COPD(만성폐쇄성 폐질환), 산천어축제 등 각종 홍보대사로도 활약 중이다.
육순을 훌쩍 넘긴 이외수가 젊은 층에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데는 최근 시국 현안과 관련한 그의 ‘촌철살인’ 같은 독설 때문이다. “그래도 저는 촛불입니다.”(2008년 7월, 60일 넘게 촛불시위가 일어났지만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 역도경기에서까지 쥐가 문제를 일으킬 줄은 몰랐습니다”(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 역도경기에서 이배영 선수가 시합 전 다리에 쥐가 나서 실격당한 상황을 활용한 이명박 꼬집기), “김구 선생을 테러분자라고 가르치는 세상이 왔으니, 머지않아 이순신 장군을 살인마라고 가르치는 세상도 오겠네”(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이 만든 수정교과서에 대한 촌평) 등이다.
현 정권 잘못 지적하면 무조건 좌빨?
그는 강원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살고 있다. 강원도를 강타한 폭설로 미끄러움이 채 가시지 않은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만난 그곳은 한 폭의 그림인 양 어여쁘다. 부인 전영자(57) 여사와 함께 기자를 맞은 이외수는 그렇지 않아도 할 말이 많았다는 듯, 멍석을 깔자마자 연방 말대포를 쏟아냈다. 오랜 세월 하루 8갑씩 피워댄 흡연 습관(지금은 끊었다) 탓인지 허스키한 목소리지만, 어조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제가 가장 불쾌한 것은 현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면 무조건 좌빨이나 노빠로 몬다는 거예요. 그게 저한테만 국한한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색깔을 입히며 분류하잖아요. 저는 오랜 기간 군사정권을 겪었고, 최루탄 마시면서 젊음을 보냈는데, 요즘 그런 과거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독재에 대한 공포가 서서히 일고 있어요. 혐오감이 치밀어 올라요. 교육에서도 다양성을 인정하자고 하면서 어떻게 각양각색의 사고와 개성을 인정하지 않느냐고요.”
그는 요즘 뉴라이트로부터, 또 스스로 우파로 생각하는 누리꾼으로부터 극심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런 사람들이 정권을 잡거나 완장을 차면 자기와 사고가 다른 사람에게는 무조건 색깔을 덧씌워서 누명을 씌우고도 남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교과서포럼이 만든 수정교과서에 대해서도 그는 할말이 많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역사가 바뀌는 것이 아닌데 일제강점기의 일본처럼 역사를 조작하고 재해석하려는 시도 자체가 우습다는 것이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때도 ‘항일투쟁을 한 안중근 의사’라고 가르쳤다”며 “그렇다면 뉴라이트가 신봉하는 박정희도 좌빨이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비판의 칼날을 겨눴다.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가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고 하자, 그해 6월 6일 현충일에 이 후보가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남긴 방명록의 잘못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교정한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림으로써 이 후보의 국어 수준을 꼬집었다. 또 이 후보의 광운대 BBK 발언 동영상이 공개됐을 때는 “경제를 살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이나 아내가 돈만 잘 벌어오면 도둑질을 하건 오입질을 하건 상관치 않으시겠다는 말씀이신가요?”라고 비아냥거렸다. 심지어 이 후보 지지자들을 ‘성조기를 입은 개’로 표현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향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에도 그는 왜 그렇게 유력 대통령 후보에 대해 사사건건 매운 회초리를 든 것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거의 모든 면에서 저와는 상반된 견해를 가진 사람이에요. 이 양반은 도덕보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 글을 쓸 때 물질보다 정신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외쳐왔고, 머리 좋은 사람이 많은 세상보다 마음 좋은 사람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라고 말했거든요. 또 저는 한글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문자라고 주장했고 30년간 한글로 글을 써서 먹고 살아온 사람인데, 이 양반은 한글 대신 영어로 교육하겠다고 하잖아요. 심지어 국사마저 영어로 가르치겠다고 하니…. 결국 이 양반은 역사관도 없고 교육관도 제대로 안 서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제 입장에선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죠.”
그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조용히 살려고 했단다. 하지만 자기가 아니면 입을 여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또다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했을 때 제가 분명히 그랬거든요. 이제 저는 쓸쓸히 원고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그러나 불의를 보면 또다시 신랄하게 칼을 빼들겠다고. 독자와 한 약속 그리고 제 자신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잘못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이 대통령, 이러면 안 되죠. 왜 자기가 무능해서 경제를 살리지 못한 것을, 마치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빈 창고를 물려받은 탓이라고 변명합니까? 정직하게 ‘지금 내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힘이 부족하니 국민이 좀 도와달라’ 이렇게 말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요? 자기의 허물을 과거 정권에 뒤집어씌운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그는 현 정부의 가장 근본적 문제는 ‘도덕성 결여’와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태도’에 있다고 단언했다. 상류층만 위한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음에도, 그에 대해 일언반구 해명이 없고, 서민이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도 내놓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도덕보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그는 “도덕성은 결국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며 “국민을 배려하지 않는 정치인은 곧 범죄자의 마음과 같다”고 말했다. 전 세계 범죄자들에겐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는 것.
부인 전영자 여사가 옷매무시를 만져주고 있다.
“전 어려서 할머님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가르침을 받았어요. 덕분에 작가로서 저는 수없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보고, 사물과 합일을 시도하지요. 그러나 두 가지 경우에 납득이 안 돼요. 하나는 정신질환자고 다른 하나는 정치인들이에요. 정신질환은 병이니까 약으로 치유라도 하죠. 정치인들은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멀쩡하고 게다가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회지도층이면서 자기 이해득실만 따지는 사람들이에요. 정당이나 친인척, 기업, 강남만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죠. 답답해요.”
그는 정치 그리고 정치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도덕이 경제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빨리 인지하기를 바란다”고 점잖게 타이르듯 말했다.
“가령 유모차를 끌고 시위 현장에 나온 아줌마들에게 아동학대죄를 적용시키는 것은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가장 큰 거짓말로 만드는 꼴이에요.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민주주의 나라가 아니라는 얘기죠. 또 21조에 보면, 대한민국은 언론·출판·집회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했는데, 유모차 끌고 나오는 게 불법입니까? 또 여럿이 함께 나오면 불법이고, 혼자 단독으로 시위하면 합법인가요? 또 최근 일제고사 문제로 담임교사가 쫓겨난 것에 항의해 초등학생들이 피켓시위를 벌이는 학교에 살벌하게 전경이 진을 치고 있다니, 정말 이 정부의 도덕성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덧붙여 그는 “이 대통령이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건설 쪽에만 투자를 집중하는데, IT나 문화예술 등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이외수를 있게 한 가장 큰 무기는 세대를 넘나드는 탁월한 ‘소통력’이다. 세상과 접속하는 빠른 감각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수단은 인터넷이다. 1992년부터 컴퓨터로 집필하기 시작한 그는 PC통신 시절부터 사이버 상의 수많은 누리꾼과 허물없는 교류를 해왔다. 젊은이들의 인터넷 해방구로 불리는 디시인사이드에 마련된 ‘이외수갤러리’를 비롯해 그가 직접 관리하는 인터넷 사이트만 3개나 된다. 사이버 상에서 이외수라는 실명으로 생각이 다른 젊은이들과 논쟁을 하느라 꼬박 밤을 새우기도 하는 그는 누구보다 댓글을 많이 남기는 열혈 누리꾼으로 유명하다. 주름지고 깡마른 외모와 달리 누구보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모욕죄 도입, 인터넷실명제 확대, 인터넷 감청 추진 등의 문제는 그래서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는 “누리꾼들이 취업 문제나 실직 등으로 가뜩이나 심란한데 자기들끼리 인터넷을 통해 스트레스라도 풀게 해야 하지 않느냐”며 “지금의 법만으로도 충분히 제제를 가할 수 있는데,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어떤 돌파구도 마련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더 많은 규제를 가하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외수가 신년을 맞아 Weekly경향의 발전을 기원하기 위해 직접 나무젓가락으로 먹을 찍어 쓴 축사.
하루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도 컴퓨터를 켜는 것이다. 첩첩산중까지 신문이 배달되지 않는 탓에 인터넷으로 모든 신문기사를 섭렵한다.
“언론은 국민의 눈이고 입이고 귀예요. 신문과 거대 재벌기업에 방송사를 주는 방송법이고 신문법은 정권에 우호적인 보수언론의 여론 독점을 통해 결국 정부가 국민의 눈과 입과 귀를 다 막으려는 시도 아니고 뭐겠어요.”
그는 이 대목에서 잠시 <경향신문>과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80년대 초에 <경향신문>에 6개월간 소설을 연재하다가 중도하차한 일이 있어요. 체질적으로 어디에 묶여 있는 게 갑갑해 그만뒀지요. 그래서 <경향신문>에는 늘 빚진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경향신문> 잘 보고 있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훌륭한 일을 하는 거죠. 언론은 위정자들이 잘못하는 것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경향신문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봐요. 하지만 일부 언론은 그 기능을 상실한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러나 보수언론이든 진보언론이든 인터뷰 요청이 오면 전 가리지 않아요. 제게 말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주는 것이고, 다행히 아직까지는 제가 한 말을 그대로 실어주니까요. 그런데 보수언론과 인터뷰하면, 그쪽 독자들이 왜 저 같은 좌빨을 인터뷰하느냐고 난리예요.(웃음)”
인터넷 사용의 보편화로 신문·잡지 등 종이매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외수는 “종이매체는 장수할 수밖에 없다”고 장담했다. 화면으로 보는 것과 종이를 직접 만지면서 읽고, 생각하고, 소장하고, 수시로 들쳐보는 즐거움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란다. 그는 “공중파 방송국만 해도 라디오가 번 돈을 TV가 까먹고 있지 않느냐”며 “그것은 온갖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TV보다는 라디오가 사람들의 영혼을 움직이기 때문으로, 사람들이 이제 이성보다는 감성 중심으로 흐르고 있음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오히려 아날로그인 종이매체가 희망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종이매체는 과거의 알림 기능보다는 좀 더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콘텐츠와 편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인촌 장관, 균형감각 갖추길”
그는 차기작으로 ‘행복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읽는 사람까지 입가에 미소가 번질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2009년 기축년 새해를 맞는 국민에게 한 마디 해달라고 했다. 돌아온 말은 꽤나 의미심장했다. 역설적 비틀기를 통한 통렬한 비아냥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1년은 실패작이에요. 올해도 여러모로 나아질 것 같지 않지요. 하지만 그 분의 임기 5년이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 전체나 먼 미래를 놓고 볼 때, 이명박 정부의 탄생과 존립이 꼭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오히려 순기능을 할 수도 있다고 봐요. 정치를 잘못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의식과 민주주의 의식을 높여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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